조각가의 회화 일기

전시소개


본화랑은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최성철 작가의 개인전 '조각가의 회화 일기'를 통해 조각가로서 유럽 체류 기간 동안 느낀 감상과 일상적 풍경을 기록한 100 여점의 회화 작품과 입체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 미술원을 졸업하고 조각가로서 활동해온 최성철 작가는 색채조각이라는 독특한 표현 양식을 추구했으며 당시의 전통적인 조각의 미학적 형식을 탈피하는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의 조각이 기존 조각들과의 다른 반응을 얻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사용에 있었던만큼 조형성과 더불어 회화적 특징은 작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작가는 조각을 토대로 다양한 회화적 시도를 즐겨왔으며 이로 인한 회화적 관심은 근거 없는 예술적 충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회화적 경험으로부터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보이는 유럽의 풍경을 소재로 한 회화 신작들은 작가의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성철 작가의 조각 작품들이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인한 생동감과 경쾌함이 특징이었다면 이번 전시될 새로운 회화 작품들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양상을 띈다. 회화 작품은 작가가 유럽게 체류하면서 바라본 풍경이나 보통의 하루들의 기록이며 카페, 집, 거리 등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다.


그림들은 체류 당시의 감정 혹은 사건이 바탕이지만 작품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제작되었다. 그는 순간의 감상을 짧은 글이나 사진의 형태로 기록하고 즉각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모든 작품은 작가가 한국으로 귀국하고 시간이 흐른 뒤 유럽 체류 기간 동안 겪고 느낀 일화들을 다시 떠올리며 완성시킨 것이다. 사실 동일한 사건과 풍경이라도 어느 시점에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감상은 천지차이다. 당시에는 평범한 풍경들이 훗날에는 애틋하게 새로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단조로운 장면이 훗날에는 애잔한 기억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성철 작가의 회화 작품에는 시간 간격을 두고 전해지는 아련하고 먹먹한 여운이 담겨있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 사라진 풍경에 대한 서운함,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에 대한 그리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소박하고 담백하게 화폭에 그려낸다.


올 한해 코로나로 인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이나 느긋하게 길거리 걷기 등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평범하지 않은 요즘, 최성철 작가의 '회화 일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찬찬히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작가의 시선이 담긴 유럽 도시들의 분위기와 풍경을 따라가보며 코로나로 가지 못한 여행 혹은 지난 여정의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회상해보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