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Myself, and the Bird 2022 :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본화랑은 12월 10일(금)부터 2022년 1월 7일(금)까지 앵무새 작가로 알려진 박선미 작가의 개인전 을 개최하여 다양한 회화 작품들을 소개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감의 소재이자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동물이다. 그중에서 도 앵무새는 인간의 말소리를 모방할 수 있는 지적 능력으로 인해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지혜와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박선미 작가는 지성과 언어의 힘을 상징하는 앵무새를 그리며 본인의 직간접적인 경험에서 오는 철학적, 인문학적 사유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자아 표상의 대상이자 사유의 대변자인 앵무새를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과 관념을 형상화하여 존재의 본질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작품으로 응축된다. 박선미 작가는 독서 후의 감상과 주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완성된 작품은 인문학적 감성이 담긴 책처럼 느껴진다. 한 권의 책과 같은 박선미 작가의 회화에는 자전적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주변 인물이며, 서술자이자 관찰자인 앵무새가 등장한다. 다채로운 이야기 속 앵무새는 다중적 역할을 부여받 은 대상으로써 지식과 의미를 전하는 전달자이자 지혜와 교훈을 설파하는 대변자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처럼 자 신이 전하고자 하는 생각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앵무새를 화자로 내세워 책과 삶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박선미 작가의 신작 ‘9번째 지능’부터 살펴보자. 이 그림은 ‘9번째 지능’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8가지 다중지능 이론을 세운 하워드 가드너가 실존지능이라 이름 붙이며 소개된 이 지능은 존재론적, 실존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지능이다. 인간은 이 지능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존재의 이유, 삶의 근원적 가치 등을 추 구하며 참된 행복으로 향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책으로부터 얻은 인문학적 지식들을 색과 형태로 시각화하여 회화로 구현한다. 하워드 가드너가 주장한 8가지 지능을 각기 다른 8가지 색채로 표현하고, 9번째 지능을 갖춘 존재를 앵무새로 표상하였다. 이 9번째 지능으로 완성된 앵무새는 박선미 작가의 실제 주변 인물이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작가는 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더 큰 목표와 뜻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자 하는 한 청년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그녀의 삶을 향한 지지와 존중을 담아 앵무새를 그려넣었다. 그림 속 앵무새는 작가가 책과 삶에서 발견한 인상깊은 스토리와 감동을 전하는 메신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16세기 종교개혁가이자 독재자인 칼뱅과 이에 맞서 신념의 자유를 외친 카스텔리오의 투쟁을 다룬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원작으로 하였다. 작가는 자신과 다른 의견의 수용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관용의 철학을 시각 언어로 치환시킨다. 작품 속 앵무새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간들을 상징한다. 작가가 그린 세계 속 앵무새들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자유롭게 뽐내고 있으며 어느 누구 도 절대적 지위나 우월성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각각의 앵무새들이 지닌 색깔은 개인의 의견과 신념을 뜻한다. 색은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 오로지 개성만 존재할 뿐이다. 작가는 화폭 안에 수많은 색들을 공존시켜 하나의 의견만 절대화하지 않는 다원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그린다.


‘합창’ 시리즈 또한 관용과 포용의 메세지를 담은 작품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환희의 송가’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역작으로써 전 세계의 자유와 희망,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 박선미 작가는 베토벤이 후대에 남긴 유산인 인류애와 화합의 정신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림에는 다양한 외관과 특징을 자랑하는 여러 마리의 앵무새가 등장하는데 개별 앵무새들은 이전 ‘말걸기’ 시리즈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임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이 다양한 악곡 형식들을 종합하여 교향곡이라는 거대한 음악적 통일을 이루었듯이 ‘합창’ 작품도 작가의 표현 기법과 형식 등을 총망라한 하나의 완성작으로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마스터피스라고도 할 수 있는 합창에는 각자의 색으로 자신의 소리를 내는 앵무새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각양각색의 앵무새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합창은 각박하고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화합과 포용의 따뜻한 울림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박선미 작가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인문학적, 철학적 사유와 지식을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어 누구 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이번 연말에 펼쳐지는 따뜻하고 지적인 감성의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향한 이해, 존중, 포용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